From the past_ Aug. 02, 2016

우연히 찾은 오래전의 기록을 발췌하여 옮긴다.


 

2016년 8월 2일 오전 9시 동대문 역사공원역으로 출발
오전 11:30분 찬미의 집에 도착

 옹기종기 조그마한 집들이 모여있는 좁은 골목사이로 유난히 돋보이던 흰색 2층집. 파란 명패는 내가 찾는 곳이 이곳임을 알려주었다. 초행길에 무사히 잘 도착한 것이다. 
 출입구는 두 군데였다. 허나 두 곳 모두 내가 인기척을 낼 수 있는 어떠한 초인종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문을 수차레 두들겼지만 그곳엔 기이한 정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하려고 했을 때, 문득 내가 찬미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카카오톡 아이디 뿐. 별 수 없이 문자를 남기고 몇 분을 기다리자, 반대편 골목에서 검은 옷과 푸른 청바지를 입은 찬미가 한 손에 사진기를 쥔 채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찬미는 내가 집에 오는 모습을 카메라에 몰래 담기 위해서 골목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그녀는 내가 심심치 않게 길을 잃어버리곤 하는 방향치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고로 나는 길을 헤메이다 반대편 골목을 지나 문앞에 도착한 것이다. 
 하얀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엔 포근한 아침의 색이 가득 차있었다. 현관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모자들과 흘러나오는 따뜻한 음악. 비록 혼자 살고 있는 작은 방이지만 그곳은 수 많은 영감이 자라고 있는 부화장과 같았다. 
 찬미는 나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많이 들어보았지만 처음 먹어보는 피자를 먹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그녀를 만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째는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 있을 '영화감상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그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찬미는 평소에도 영화 감상회를 정기적으로 갖고있었다고 말했다. 지인들과 함께 영화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잠드는 모임이라고 덧붙였다. 처음 주최해보는 영화 감상회이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처음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풋풋하게 해야 된다는 찬미의 말에 잠시 부담감은 내려 놓기로 했다. 

 자유로운 삶, 내가 주체가 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박상배 멘토를 만난 일 부터 같이가치를 만들며 주위 사람들의 걱정과 오해를 어떻게 이겨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담으로, 요근래 'The magic of thinking big'이란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큰 생각이 나를 그곳으로 대려간다' 라는 주제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여러 방법론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화두에 두고 실천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1. 나의 말로하여금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그릴 수 있도록 한다.
 2. 생각의 큰 사람일수록 듣기를 독점하고, 생각이 작은 사람은 말하기를 독점한다. 
로 꼽을 수 있다. 
 그렇기에,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미래계획은 아니지만, 내 것에 대해 설명할 때 '실패할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등의 부정적인 말을 꺼내지 않고 '분명 크게 될 것이다', '이로운 것들로 타인을 도울 것이다' 같은 이야기로 내 말을 맺었다. 

 찬미는 내 이야기를 들은 후 본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의 어릴적 고난과,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에서 부터 덴마크의 고모를 만나고, 그들의 삶에서 받은 충격 그리고 변화의 시발점까지. 내가 책으로 주체적인 삶을 알게 되었듯이, 그녀는 타인의 삶에서 부터 그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찬미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다. 고로 몇몇 비유는 기독교적인 색체가 강했는데, 그 중에서도 '주연과 조연'에 관한 비유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한 극단의 연출을 맏고 있었어. 여러 종류의 대본을 만들고 주변의 사회복지센터 등에 연극을 해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 사업모델을 움직이고 있었지. 어느 날, 새로운 대본을 만들고 주연과, 조연들을 뽑아 연습을 시키고 있는데, 연습을 하면 할 수록 조연 중의 한 명이 그 주연 자리를 꿰차면 더욱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은거아. 그래서 나는 배역을 바꿔 버렸어. 우리 삶도 마찬가지인것 같아. 나도, 오빠도 분명 낳아주신 부모님이 계셔. 그리고 그 부모님들도 뿌리가 있겠지. 세상 만물에 그 뿌리가 있듯이 결국 우리들의 근원은 하나님이 계신거야. 내가 어떠한 일을 하던, 우리에겐 하나님이 주신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지금은 내가 변변치 않아도, 내가 배역을 바꿨듯이, 하나님도 내 삶을 인도해주실 것이라 생각해. 그렇다면 결국 내일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거야. 갑자기 사고가 나서 죽을수도 있고, 좋은 기회를 얻어서 출세할 수 도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데에 있어 쫓는 여러 가치의 너머에 있는 큰 이상을 생각해야 한다고 봐.] 

 찬미는 내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바로 시작하되,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잡지를 만들 때도 2주일만에 콘텐츠를 짜 금주 금요일부터 제본에 들어간다는 그녀의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행동없는 생각은 결국 죽은 지식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감했다.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을 먼저 살아가고 있는 선배와의 이야기는 나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나의 삶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이 새롭게 나의 화두에 오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있어보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사소함을 특별함으로,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드는 연습에 대한 이야기었다. 이는 나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나는 항상 감정은 행동을 따라오고, 행동은 생각을 따라온다고 믿어왔다. 고로 특별한 사람, 중요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특별하고, 중요한 생각을 해야 한다. 중요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되는데에 필요한 필요조건인 셈이다. 

 점심시간의 3시간. 그 세시간은 단순한 세시간이 아니었다.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경청하고 배우는 이러한 삶의 소통은 어쩌면 그동안 내가 바래왔던 것이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삶과 삶이 만날 때, 우리는 새로운 정신적 자극을 받는다. 비록 그것이 누군가에겐 사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귀감이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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