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14. 추억과 무딤

18-10-29


어젯밤 군대 동기였던 용준의 결혼식이 돌아오는 토요일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었다. 때문에, 잠들기 위해 누웠던 침대에서 불현듯 8년여전의 일이 떠올랐다.


2010년 11월 13일. 바로 내 전역 날의 기억이었다.


나이가 들 수록 추억에 산다는 말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그 순간의 기억과 감정의 잔재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내 안에서 자아내기 때문이다.


장면은 생활관 앞에서 부터 시작된다. 후임들과 간부들이 도열하여 있고, 나와 내 동기인 용준이가 전역신고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 자리였다. 감수성이 많은 나는 이야기하다 울음이 터졌고,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그리움을 느끼며 인사를 마쳤다. 이후 입구 까지 후임들이 도열해주었고, 그들을 지나 버스정류장에 당도한다. 버스를 타고 연척역으로 간 뒤, 통근 열차표를 끊고 용준과 마지막 셀카를 찍는다. 기분이 정말로 묘했다. 동화 속에 있는 기분 같기도 했고, 훈련소부터 주욱 함께했던 용준과 마지막을 같이 하는 것도 그 기분에 일조한 것 같다.


그 동화 속에 있는기분이 바로 추억을 떠올리며 음미하는 기분인 것 같다.


잃고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있다. 개중에 대표적인 것은 건강일 것이다. 올해 무릎 수술과 같은 외과적 부상 외에, 속이 아파 일상에 지장을 받은 적은 없었다. 어제가 내 생일이었기 때문에, 지키고 있던 간헐적 단식을 잠시 멈추고 실컷 먹었더니, 급체가 와서 하루종일 컨디션이 엉망이다.


점심을 거르고 사무실에 엎드려 있다가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갈 때, 내가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생생한 감각들이 피부 끝에서 젼해져 왔다. 아프기 때문에 내 몸의 감각들이 날선 칼 처럼 예민한 것일까. 옷의 스침과 찬물이 피부에 닿을 때, 평소보다 훨씬 큰 자극이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비단 몸 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 건강에 대한 무지와 방치로 예민한 몸의 감각들이 다 무디어졌다면, 정신또한 많이 무디어 진 것 같다. 출근이 없고, 부를 친구도 없이 덩그러니 맞이한 주말의 경우, 무언가 할 것을 찾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한다. 그 때의 나는 갖고있는 오락이 질려, 새로운 개임을 구매해 즐겼다. 무딘 정신적 감각은 이 것에서 드러난다. 비슷한 정신적 자극을 좇아 나의 빈약한 창의력으로 생각해 낸 것이 고작 이전에 즐겼던 축구게임의 후속작을 사는 것 뿐이였다. 익숙한 감각을 어떠한 여과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생각이라는 정신적 활동을 무의식 적으로 피하기 위해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심심함을 해소했다.


무딘 정신은 호기심과 창의력을 훼손한다. 그리고 삶에 대한 관심을 옅게 만든다. 

기쁨은 관심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관심은 호기심과 같다.


1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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