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는 10. 이끌려다니는 삶

18.08.21


삶을 살아가며, 주체적이었던 때가 얼마나 될까. 

내 의지로 시작한 일이 과연 몇개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는 의무교육이니... 생각없이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대학교도 남들 다 가니... 생각없이 남들을 따라 대학교에 진학했다. 성적에 맞추어.

영어도 필요하다고 하니까... 시작하게 되었고... 물론 시작하고 나서는 정말 즐겼지만...

책 또한 졸업 작품을 마치던 시점에, 교수 연구실의 석사과정 중인 친구가 듣자고 해서 따라갔지..

그 영감을 받아, 혹은 영업을 당해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어찌하였든 시작은 나의 자발적 의지가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도 집에서 빈둥대던 나를 혼내던 아빠의 말씀 때문에 나가게 되었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역시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집에서 책만보던 나의 모습에 사회활동을 하라던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이력서를 온라인에 올리고, 헤드헌터의 도움으로 입사하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 몇 달간 인턴을 하게 된 것도, 나의 자발적 의지라기 보다 학교의 교칙 상, 현장학습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을 하게 되었고.. 인턴을 하게 된 회사 또한 내가 알아본 것이 아닌 현지 에이전트의 추천으로 면접을 봐 합격한 것이었다... 


바인더 또한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이 또한 추천을 받아 즐겁게 쓰고 즐긴 것이었다. 


3년간 이어오던 독서모임 또한 시작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나의 독서습관과 바인더를 궁금해하던 친구들의 부탁 하에 근 2달 간 2주일에 한 번 씩 만나 같이 공부하던 것이 이어져 온 것 뿐이다.. 


내 삶의 큰 맥락을 짚어 본다면, 대부분의 터닝 포인트들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선택지었다. 

그래서 나는 삶의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데에 벅참을 느낀다. 

언제나 그럴듯한 계획이 성공을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나 충동적인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앓고 있는 이 속병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사회가 냉엄하고 불합리 한 것일까, 아니면 사회 그 자체에는 아무런 속성이 없는데에도 이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불안하고 냉소적인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함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일을 알아본다면, 나는 도망치는 것일까. 

그리고 그 다른일 또한 다시 새로운 고통의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나는 새로운 일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그리고 그일을 함에 있어 타인을 납득시킬 만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는가. 







1AN

Minimalian

    이미지 맵

    두서없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