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과 정성

어제 오전 골프를 치고 점심을 먹고 난 뒤 시계를 바라보니 오후 세 시 즈음이였다.

벌써 집에 들어가봤자 내가 할 것이라곤 눈에 훤했다.

전기장판 뜨뜻하게 달궈 놓은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인터넷 방송을 보지 않을까?

오후 세시부터 저녁 열 한시 까지, 총 여덟시간 동안 그 짓을 하기엔 내 자신이 너무 씁쓸하고 외로워 보이겠다 싶었다. 도끼의 랩을 듣다보면 나오는 제 3의 눈, Bird’s eye view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시선을 내 몸 밖에 두어 나를 바라보는 것을 말하는데, 아래의 사진과 같은 시점이라 보면 되겠다.

어세신 크리드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중심으로 360도 방향으로 돌며 주변을 보는 스킬을 가졌는데,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나 자신을 중심으로 360도 방향에서 뱅뱅 돌며 나를 지켜보는 것이다.

방구석에 쳐박혀 앉아 모니터나 보며 시시덕 거리는 모습을 360도 방향으로 뱅뱅돌며 지켜보는 상상을 하니, 정말 쓸데 없고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잠깐의 여흥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닫혀있는 내 사무실로 돌아가 피아노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몰입할만한 가치있는 것에 몰두하며, 오르는 실력을 상상해보면 뿌듯할 것 같기 때문이였다.

삼십분 정도 연습을 진행하다 보니 열려있는 사무실문으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내 손님들의 대출을 알선해주고 상담해주는 우리은행 대출 상담사였다.

그는 배곧에 상담할 손님이 계셔 정왕동에 들른김에 우리 사무실로 인사드리러 왔다고 했다.

연습의 맥이 끊겼지만, 요즘 대출 시장 동향과 타지역 거래 동향등을 들을 수 있던 좋은 시간이 되었다. 한 시간 정도의 면담을 마치고 다시 피아노를 잡아 연습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당연히 인터넷방송을 봤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내 주말일과이다.

그런데 문득 어젯밤 잠자리에 들며 생각난 아이디어가 아직도 머릿속에 맴돈다.

바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나는 부러움을 느끼는 어떤 대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본다.

이러한 대상을 찾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다. 특히 요즘은 더욱 그렇다.

SNS 앱만 틀면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최고의 순간만 모여있는 SNS를 보는 것은 내 현실과 일상을 비교적 덜 가치 있는 것으로 비교하게 만든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에서 오히려 동기부여를 받는다.

내가 질투하고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게 해주기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인터넷방송과 SNS를 보며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하였고,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성취 할지 생각하게 된다. 다만, 조던피터슨이 그의 저서에서 언급했듯이 결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더욱 가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본다.

예를들면 SNS 사진 속 복근에 부러움을 느낀다면,

이 복근을 갖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나는 손 쉽게 강남에 달려가 지방흡입 수술과 더불어 복근 성형을 할 수 도 있다. 비용은 들겠지만, 누구나 몇 달 정도 돈을 잘 모으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다. 그리고 그 효과도 상당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나는 여유증 교정을 받으면서 그 만족도에 대해 체감했기 때문에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조던피터슨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러한 접근은 수박 겉 햝기와 같다.

복근을 얻기위한 게임에 참여하여 식단 조절과, 운동을 하며 얻을 수 있는 여러 자질들이 복근 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영양과 우리 신체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며 얻는 지식이 있을 것이고, 둘 째로 운동을 하며 기르는 인내심과 체력이 있을 것이며, 셋 째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을 거쳐오며 얻는 큰 성취감과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흐르니 쉬운 길과 어려운 길이라는 단어가 화두에 오른다.

출발선과 도착지는 두 길 모두 동일하다.

그렇지만 두 길의 가치 우열을 나눌 수는 없다.

일직선으로 손쉽게 빠르게 출구로 나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리저리 헤메이며 얻는 경험들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후자의 관점을 갖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얻는 자질들은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제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내가 삶에서 얻은 것들을 표현할 때엔 정략적인 말 보다 정성적인 말을 쓰고자 한다.

돈을 예로 들면, 내가 벌은 돈이 ‘몇 억’이라고 말하기 보다,

‘몇 억’을 벌며 얻은 것은 ‘근면함’과 ‘정직함’ 이라고 말이다.

1AN

Minimalian

    이미지 맵

    두서없는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