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Programmed

2021년 3월 23일 집을 나서 사무실로 걸어가는 길에, 문득 나의 모든 행동이 프로그램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 새벽 운동을 가는 길에는 하루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막상 출근길에 오르기 전 불현듯 찾아온 허탈함과 허무감 때문이다. 

이 허탈함과 허무감이 찾아왔을 당시든 생각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모든 것이 덧없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고저의 차이는 있겠지만, 감정의 기복이 자주 찾아온다. 

이내 내 마음속은 고요해졌다. 차분한 기운이 내 주변을 감돌았다. 그리고 평소에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도로위에 걸려있는 도로명주소 표지판이 색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로봇인냥 허리를 꼿꼿히 편 후 바른 자세로 도로를 걸었다.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생각한 것에서부터 발생한 것인지.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 오히려 내가 인지하지 못한 곳에서 부터 내 행동과 사고가 누군가, 혹은 어떠한 사회구조로 부터 디자인 된 것은 아닌지 말이다. 


뭐, 내 사고와 행동의 근원은 뭐가 되었든 상관은 없다. 다만 우울함과 허무함을 겪고 싶지 않을 뿐. 
만약 어떠한 특정한 조건에서 이러한 기분을 느낀다면, 다시 말해, 어떠한 시간 동안 어떠한 장소에서 어떠한 것을 했을 때 이러한 감정의 저점을 건드린다면, 마치 프로그램에 인풋을 넣어 아웃풋을 받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제목을 Well programmed 라고 적었다. 
좋은 인풋을 넣어, 좋은 프로세스를 거치고 좋은 아웃풋을 내는 것. 
'뭐 할 기분이 아냐', '뭐 하고 싶어' 등 감정에 휘둘려 인풋을 넣다 말았다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계처럼, 특정시간엔 특정 인풋을 넣는 것이다. 
기분에 휘둘려 내키는 대로 사는 것은 결국 기분이 내키는 대로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감정과 기분을 배제하고 인풋을 넣어야 한다.

 

1AN

Minimal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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