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_17.04.06


 요 근래에, 최진석 작가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읽고 흐릿했던 독서의 목적이 더욱 뚜렷해졌다. 무릇 내가 하는 모든 일엔 그에 걸맞은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이는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암중에서 내 삶을 이끌어 왔던 것이다. 아직 독서가로서의 깜냥이 부족한 나는 목적의식이 있는 독서가 대부분이었고, 최근의 화두가 바로 '이유'였다.  '왜'로 시작하는 질문들의 향연에 적잘한 답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가, 하나둘씩 그 답이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은 고무됨을 느끼고 있다. 


 가끔은 독서에 회의가 들곤 한다. 건강히 성한 몸과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왜 한가하게 글을 읽는 것인지 자문하기도 한다. 때로는 나를 둘러싼 일상에 낯섦이 깃듦을 느낀다. 이는 곧 엄청난 고독을 몰고 오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에 휩싸이게 한다. 그리고 으레 찾아오는 질문들과 그에 대한 그럴싸한 답으로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나 자신을 관찰하는 나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솔직한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렇듯 일반적이라 정의되는 삶에서 빗겨나, 혹자에겐 안타까움과 경멸이 깃든 시선으로 비추어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겐 꿈이 될만만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항상 투쟁의 삶을 산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외적인 세계의 고요함은 그 세계를 대변하지 못한다. 그 내면의 치열함은 결코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이해받기도, 이해하기도 바랄 수 없는 고독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나 갖고 있는, 그러나 누구나 쉽게 마주할 수 없고, 견뎌낼 수 없는 분리를 대면하는 이에게 찾아오는 성장의 발판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은 옳다 그르다 라고 재단할 수는 없다. 나에게 옳은 것은 다른 이의 그른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리라. 나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바로 '다름'에 대한 갈망이다. 나조차도 인지하고 있질 못하던 이 특질은 '내 마음 보고서'라는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다름'은 누구나 갈망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더욱 갈망해서일까? 가끔은 이런 '다름'을 내려보는 것은 어떨지 라는 진단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행복을 알고 싶다. 하루하루 찾아오는 불안과 공허함을 이겨내고 다시 싸우고, 결국 나는 왜 사는 것인지, 나는 왜 행복을 찾아 헤메는 것인지, 나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나는 왜 이 글을 쓰는지, 나는 왜...로 시작되는 문장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는 행복 강박증에 깊게 빠진 것 같다고. 우리가 태어난 이유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태어나진 것이다. 이왕 사는 거 불행, 고생보다 행복하게 사는게 낫기 때문에 행복이 좋은 것이라고. 이를 통해 나는 행복 또한 절제해야될 대상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1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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