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세 번째_정상상태

대학을 다녔을 때, 정상상태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곤 했습니다.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이런 설명이 있네요.

<물리> 유체의 흐름, 열의 전도, 전류의 동적인 상태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바뀌지 아니하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

오늘 포스팅의 제목은 정상상태 입니다. 위의 정의와 완전히 같진 않지만, 근래에 정상상태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기 때문입니다. 정상인 상태. 과연 우리 일상과, 몸과 마음의 정상상태란 무엇일까요. 특히나 건강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저에게 있어 신체적 정상상태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 내려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식사를 함에 있어 정상상태는 무엇일까요. 영양학적으로 몸에 필요한 것들이 고루 분배되어 있어야 정상적인 식사일까요? 물론 건강에 좋겠지만, 저와 같은 문외한들에겐 영양을 골고루 분배한 식단을 찾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불균형한 식사를 해왔습니다. 한 끼 식사로 삼겹살 두 줄 굽고, 김치 한 그릇과 밥 한그릇이면 OK 였습니다. 언제나 고기 반찬이 상에 올라야 식사를 즐겁게 마쳤습니다. 신기하게도 수 년간 고기를 입에서 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잔병치례가 없었던 것은 제가 젊어서 였을까요? 아니면 제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몸이 나빠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하지만 요근래 지난 날을 돌아보니 제가 의식하지 못했던, 그러나 언제나 함께 했던 증상이 있었네요. 바로 속앓이입니다. 속이 편하다는 느낌을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죠. 언제나 변을 볼 땐 설사나 변비가, 속은 자주 더부룩 했습니다. 즉, 비 정상적인 상태가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오다 보니, 이것이 정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는 어느 점심 식사였습니다. 다른 때와 다르게 간소히 점심을 먹고 싶어, 두부 한 모와 김치, 그리고 김을 반찬 삼아 식사를 했습니다. 다른 때 보다 적은 양이며, 자극적이지도 않은 식단이었지만 그날 오후, 평소에 저를 괴롭히던 식곤증도 없었고 무엇보다 속이 무척 편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일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비 정상적인 상태가 찾아온 것입니다. 


이 경험은 무척이나 놀라웠습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저에게는 정말 생소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야 말로 모두의 정상이자 저의 비정상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제야 다른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평소에 무엇을 얼마나 먹을까?'라는 호기심의 출발이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겸상을 하며 그들의 식사를 자세히, 그러나 티는 안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들의 젓가락이 한번 움직일 때 저는 두, 세번 움직였고 그들이 주로 먹는 음식과 제가 먹는 음식은 조금은 달랐습니다. 덜 자극적이고, 기름기가 적은 음식을 선호했습니다. 


우리의 위는 자몽 하나 정도의 크기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적은 음식으로도 충분한 일상을 영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신체적 정상상태를 정하기엔 조금은 이르더라도, 식사의 정상상태는 이렇게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실제로 배가 고플 때 식사를 한다. 
  2. 내 생각보다 나의 몸은 많은 식사를 요구하지 않는다.
  3. 세 끼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점심과 저녁을 먹자.
  4. 먹고 싶은 과한 음식이 있다면 참지 않되 적게 먹자.

어찌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지키고 있는 상식은 아닙니다. 이렇게 명문화 하니 제 마음속에 어떠한 기준이 서는 것 같네요. 찬찬히 꾸준히 지켜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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